[전복마을] 생선매운탕 요리

‘백어(百魚)의 왕’으로 불리는 ‘돔’

샘쇼핑●전복마을 2006. 10. 10. 20:12

‘백어(百魚)의 왕’으로 불리는 ‘돔’

돔은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아 일본 사람들은 '백어(百魚)의 왕'이라 부를 정도로 최고급 생선횟감으로 친다. 우리국민들도 이를 선호하고 특히 강태공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종이다. 또한 우리나라 관혼상제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이다. 그러나 유럽 등지에서는 하급 어류로 취급되며 식문화의 차이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어류가 돔이다. 영국에서는 ‘돔 같은 것은 유태인이나 먹는 잡어’, 프랑스에서는 ‘돔은 식충어’, 미국에서는 ‘낚시하기에 재미있는 고기’로 일컫는다.

돔은 발달된 지능과 인간보다 더욱 엄격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수명은 최장 50년까지도 산다고 하니 가히 어류의 왕으로서 부끄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참돔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회갑잔치 때 돔을 올리는 것은 수명이 길어 오래 살라는 기원에서, 결혼식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준수하며 일몰 때만 사랑을 나누는 도덕성 때문에 돔이 사용된다.

魚頭一味는 도미의 머리 부분이 가장 맛있다는 데서 유래

우리 조상들은 참돔을 비롯한 도미류를 즐겨 먹은 탓에 고서에도 상세하게 기록이 남아 있다.
‘자산어보’에는 참돔을 강항어(强項魚), 감성돔을 흑어(黑魚), 혹돔을 유어(瘤魚), 붉돔을 적어(赤魚)라고 적었고, ‘전어지’에는 참돔을 독미어(禿尾魚), 감성돔을 묵도미(墨道尾), 붉돔을 적두도미(赤頭道尾)라고 했다.

조선시대 경상도지리지에는 고성현의 토산공물 가운데 도음어(都音魚)가 들어있는데 이는 참돔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에는 ‘도미는 원래 사람이 길들이기 쉬운 물고기이며 유연한 것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다. 물이 너무 차면 힘을 못쓰고 먹는 것도 싫어하고 겨울잠을 잔 뒤 깨어나면 무엇이든 탐식하므로 가장 맛있는 시기는 봄철에서 알을 낳는 여름철 사이’라고 했다.

강성돔


도미류는 산지(産地)와 크기에 따라서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머리 부분의 맛은 최고로 알려져 있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말은 도미의 머리 부분이 가장 맛있다는 데서 유래됐다.

또 도미의 눈에는 비타민 B₁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로회복에 좋고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할 만큼 인기가 있다.

도미가 식품으로 이용된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안남도 용강과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도미의 뼈가 출토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 진찬의궤와 진연의궤, 조선요리제법 등에도 수록돼 있는 점으로 미뤄 조선시대에는 일반 가정이나 궁중에서 즐겨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돔의 감칠맛은 글루탐산을 비롯한 각종 아미노산의 균형이 좋을 뿐 아니라 지방질도 적당히 올라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이노신산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참돔


도미에 각종 고명을 얹고 양념해 찐 도미찜을 ‘규합총서’에서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고 기록했는데 이는 도미찜의 맛이 기생보다 낫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유래가 있는데 성종 때 변방의 오랑캐들이 함경도 일원을 침범해 무고한 양민을 못살게 굴어 허종이란 사람이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군사를 거느리고 의주에 도착하니 백성들이 열렬히 환영하며 도미찜을 만들어 바쳤는데 도미찜을 먹은 허종이 그 맛에 놀라 이름을 묻자 “장군을 위해 처음 만든 음식이라 이름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허종이 ‘기생보다 나은 즐거움’이란 뜻으로 승기악탕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돔은 종류에 따라 진미를 느낄 수 있는 계절적인 차이가 있다. 참돔은 겨울에서 봄이 제철이며,감성돔과 돌돔은 여름,황돔과 옥돔은 겨울에 제맛을 낸다. 돔은 원래 담백하고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특히 생선회로서 그 맛은 부인한테도 양보할 수 없는 입안을 감치는 독특한 맛이 있다.
옥돔

돌돔

일본 사람들이 생선 횟감으로 가장 즐기는 참돔은 고갈된 자연산을 보충하기 위해 일본에서 많이 양식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다.

한국속담은 ‘썩어도 준치’, 일본속담은 ‘썩어도 돔’

어류는 죽으면 산소 공급이 끊어지는 무기호흡 상태가 돼 사후경직이 일어난다. 이때 근육 속의 글리코겐이 유산으로 변해 근육에 축적된다. 살아있는 근육은 pH 7.5부근의 약알칼리성이지만 사후에는 생성된 유산 때문에 산성이 된다. 사람의 혀는 약산성의 음식을 맛있게 느낄 뿐만 아니라 근육중의 ATP(아데노신 삼인산·고에너지화합물 일종)가 분해돼 정미성분인 이노신산(IMP)이 많이 생성되므로 미각이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후경직이 끝나면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한 자기소화가 시작돼 육질이 연하게 되며 부패세균이 번식, 몸체의 형태가 일그러지고 분해하면서 알칼리 성분이 생겨나 냄새가 나고 맛이 떨어진다.


그런데 돔, 넙치, 준치 등과 같이 운동량이 적은 흰 살 생선은 사후경직의 시작이 늦고 진행도 장시간 계속될 뿐 아니라 이들 어류는 소화효소의 활성이 약해 자기소화 속도도 늦어진다. 이 때문에 고등어 가다랑어 등과 비교하면 선도 및 맛의 보존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속담에서는 '썩어도 준치', 일본은 '썩어도 돔'이라 하는 것이다.


돔, 농어, 넙치, 가다랑어 등은 생선 횟감 중에서 껍질에 감칠맛이 있는 어종이다. 돔은 껍질 부분만 열탕처리를 하면 보기 좋고 육질이 단단해질 뿐만 아니라 비린내도 제거되기 때문에 껍질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껍질은 비타민 B2 함량이 높아 어린이 발육 및 피부보호, 구강염, 입과 혀의 염증 등에 효과가 있다. 돔 껍질을 열탕 처리하는 이유는 흰 살과 붉은 살의 특성상 차이 때문이다.

돔은 담백하므로 그 풍미가 가능한 한 없어지지 않도록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껍질 굽기 처리로 껍질을 구우면 멜라노이딘과 같은 향기성분이 생겨나 이것이 돔의 담백한 풍미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껍질 열탕처리가 적합하다. 생선껍질은 끈적끈적한 느낌이 있지만 껍질 열탕처리를 하면 보송보송한 식감으로 되기 때문이다.

취재 : 홍보관리관실 김종성(3674-6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