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TV, 처절한 사투 세월호 침몰 재구성 "눈물 나서 못 보겠다" |
후지TV 시사프로그램 세월호 생존자·관계자 증언, 영상 분석 재연 방송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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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들이 그렇게 된 건지 알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리 법정에 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요. 저는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서라도 어떻게 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박윤아(17·가명)양은 일본 후지TV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지TV 시사프로그램 <MR SUNDAY>가 지난 21일 '세월호의 침몰의 진실' (유튜브 영상 링크. 영상 아래 자막 아이콘 클릭하면 한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란 제목으로 세월호 사고를 조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방송은 생존자 학생을 인터뷰하고, 증언을 바탕으로 세월호 침몰 당시 있었던 상황을 재연했다. 후지TV는 또한 침몰 당시 11개 선내 영상과 사고 상황 275장의 사진, 관계자 72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고를 분석했다. JTBC 등 일부 언론에서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도가 나왔지만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방송에서는 구조 당시 해경의 모습까지 담겨 있어 구조당국의 허술한 대응도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지TV 카메라 앞에 선 생존자 학생들은 한국 정부와 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면서 지지부진한 세월호 진상규명 작업에 대한 비판이 일고 특별법 제정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그램 진행자 미야네 새이지는 단원고 생존자 학생 3명이 사고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일본 미디어의 취재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독점 입수했다는 세월호 출항 직전 모습으로 시작된다. 박윤아(가명)양과 이수연, 유미지양은 수학여행 1개월 전부터 아이돌 그룹의 댄스를 연습했다. 그리고 여행 출발 당일 오후 4시 세 친구는 고속버스 안에서 장기자랑을 할 생각에 환하게 웃었다.(실제 사진)
하지만 인천항 터미널은 가시거리가 800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세월호는 하지만 밤 9시에 출항을 했다. 당일 출발하려는 10척 중 출항을 결정한 것은 세월호가 유일했다. 최승필씨는 후지TV와 인터뷰에서 "학생을 태우지 않으면 적자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학생을 태우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후지TV는 또한 세월호 안전점검보고서를 입수해 허용된 적재량의 3배 가량을 세월호가 적재한 사실을 전하며 "이익을 우선하기 위한 중량 오버"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과적에 따른 눈속임을 위해 바닷물의 추 역할을 하는 평형수를 버린 장면도 재연했다. 오후 10시경 단원고 학생들이 실제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때도 아직 안개가 짙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경 윤아양은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하면서 "도착이 얼마 안 남아서 식사를 끝내고 좀 더 잘까라고 모두들 말했어요"라고 전했다.
그리고 사고 발생 직후인 8시51분 세월호는 좌현으로 급격히 45도로 기울었다. 후지TV가 보여준 실제 영상에선 배 창문에 달린 커텐이 45도 기울어져 있다.
또다른 생존자인 단원고 학생 김한성(17·가명)군은 "많은 사람과 물건, 자동판매기까지 미끄러져 떨어졌어요. 기절한 사람이나 뼈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어요"라고 증언했다.
한성군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재연 영상에 한성군은 세월호 창밖으로 콘테이너가 떨어진 모습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다. 8시55분경 사고 당시 동영상에도 한성군이 본 목격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동영상 속 단원고 학생들은 긴장한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난을 하는 모습이다. 후지TV는 "위험한 상황일수록 공포심을 피하려고 그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려는 정상성 바이어스"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에 있었던 윤아양이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창문 밖으로 사람의 신발이 바다에 떠다니는 장면을 보기 시작하면서였다. 윤아는 "갈수록 창문이랑 바다가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야 저거 사람 신발 아니냐고 하니까 모두가 일제히 전화나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당시 조타실에 있던 선장과 선원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월호 전속 가수였던 필리핀 여가수 산드라는 침몰을 예감하고 비상구가 있는 조타실에 들어갔더니 '절망적인 광경'을 봤다고 진술했다.
산드라는 "선장은 몸을 떨면서 매우 긴장한 상태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다른 선원들도 패닉 상태로 아무래도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며 "제가 구명동의를 입은 것을 보고 선장은 승객들한테 구명동의를 입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자기들이 구조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항해사와 기관장이 구조를 기다리면서 캔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재연됐다. 이 같은 모습은 세월호 법정에서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이준석 선장이 '승조원의 안내로 승객이 구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배의 최고 책임자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기관장이 부상당한 조리사 2명을 방치해놓고 사망에 이른 것에 대해서도 "살인죄입니다만, 다른 승조원이 데리러 올 줄 알았다고 합니다"라고 한탄했다.
후지TV는 사투를 벌이고 있던 학생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재연했다. 한성군의 증언에 따르면 세월호가 기울면서 3층 건물의 높이에 해당하는 수십미터 아래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커텐을 이은 로프를 따라 학생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번째 오르기 시작한 여학생은 로프가 끊어져 떨어졌다. 한성군은 후지TV와 인터뷰에서 "아마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커텐으로 이은 로프가 끊어지고 고무호스로 이은 로프가 내려와 한성군은 가까스로 갑판에 올라 헬기로 구조됐다. 하지만 몇분 후 한성군이 올라온 통로를 찍은 실제 영상에는 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 영상 속에는 자동판매기가 물에 떠올라 문을 막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저기 있는 사람 다 죽었다"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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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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