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쇠고기수입과진실]

[스크랩] 미국인친구와 광우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샘쇼핑●전복마을 2008. 7. 13. 11:44

나는 캐나다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다.  요새는 계절학기를 듣고 있는데, 수업에서 만난 미국인친구와 어제 저녁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와 나눈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광우병에 대해 간단히 살피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니셜을 따 T로 하기로 한다.)

 

T: 에릭. 내가 살던 켄터키에서는 한국인들이 많이 없어. 사실 이곳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너란 한국인 친구를 사귄거지. 한국에 대해 알려줘. 사람들은 미국, 그리고

미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 글쎄. T. 미국인들 자체로는 대다수의 한국인들과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히려

국내에서도 수많은 미국인학생들이 있고, 서로 잘 어울려 다니는 거지. 물론 너도

동의하겠지만, 가끔 한국에서도 반미 감정이 나는 건 정부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겠어?

 

T: 그렇구나. 무슨 문제들이 있었는데? 가끔 미국정부가 도를 넘어친 행동을 하는건

알고 있어. 한국 뿐만이 아니지.

 

나: 몇 년 전에도 주한미군이 몰던 탱크가 길거리의 여학생들을 덮쳐 사상자를 내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어. 자세히는 기억할 수 없지만, 한국정부가 아마 미비하게 대응을

했나 싶었어. 그래서 굉장히 큰 규모의 데모도 났었지. 아마 그때가 대규모 반미 시위의

시초가 아닌가 싶어.

 

T: 그렇구나. 최근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 너도 알겠지만, 미국에서 한때 광우병이 유행했잖아. 우리나라로 수입하는 미국 소고기 중에

30개월 이상 소, 그러니까 좀 더 광우병 위험이 많은 소들이 수입한다고 문제시되고 있는 거야. 한국 정부 입장으로는 졸속적인 협상이라고 하는 거지.

 

T: 맞아. 광우병은 미국인들에게도 아주 익숙하지. 딱히 치료법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그렇게 민감하게 대응하지는 않아.

 

나: 그래?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환자가 나온 적이 없거든. 그래서 광우병에 대해 더 예민해하는 걸 수도 있어. 미국은 더 심하지 않아? 말 그대로-적은 확률일지라도-어느 누구가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지도 모르는 거잖아?

 

T: 사실 미국 가정에서 쓰는 소고기는 거의 안전한 것들로만 쓰여.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환자들이 이따금 생겨나곤 했지. 모든 소고기와 관련된 음식이나 조미료들까지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나: 그럼 더 이상한 것 같아. 그렇다면 그런 위험성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더 민감해야 하지 않겠어?

 

T: (웃음) 아니야. 광우병이 감기나 암처럼 만연한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신경을 안 쓰는 거지. 예를 들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몇백만분의 일이라고 쳐. 그럼 광우병환자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안심하는 거야. 우리가 걸리지 않은 거니깐. 치료법이 없다 할지라도 확률은 적고, 우리는 그런 저확률에 마음을 놓고 일상생활을 하는거지.

 

나: 그런 끔찍한 병인데도, 단지 저확률이라는 이유 하나로?

 

T: 그래. 에릭. 소수의 피해자들이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벌써 10년 정도를 광우병에 익숙하면서도 주위에서 광우병환자를 겪어보지 않은 나는 별로 그리 우려스럽지 않아. 끔찍스러운 병이긴 하지만, 그저 우리 주위에 운 없는 이들이 한번 걸리고 마는, 그런 희귀병 정도로 넘어가는 거지.

 

이 정도가 대화의 전부였다. 광우병은 미국과 캐나다에 사실상 유명하지만, 마땅히 치료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미비하다는 T의 의견이었다. 정말 무서운 건 병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미국쇠고기는 정상적으로 수입이 되었고, 그 중 절대 다수의 소고기가 안전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제 미국과 한 배를 탔고, 더이상 광우병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그토록 우리가 우려하던 "첫 광우병 환자 국내 발생"이라는 헤드라인을 뉴스에서 발견한다 할 지라도.. 소수의 피해자들과 광우병을 "피했다"는 절대 다수의 안도감 속에 우리는 스스로의 '잔인한' 무관심을 발견할 지 모른다.

 

"광우병? 무섭지. 근데 그게 어때서?" 라는 T의 너무나 당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틀리지 않은 말에 그날 하루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우리도 광우병 환자를 몇 년, 혹은 먼 미래에 발견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우려와 관심으로 바라봐 줄 수 있을까? 지금부터 생각하자면 골치 아픈 예상이긴 하지만, 이미 '우려'가 '무관심'으로 변해버린 한 미국인과의 대화는 나를 잔뜩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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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저널리스트'라는 행복한 상상
글쓴이 : 조진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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