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반대운동 확산… 식품업체 전전긍긍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05 03:27
미국산 GMO 옥수수 5만7000여t 울산항 도착 시민단체 불매 움직임에 옥수수 전분 사용 꺼려 GMO 아닌 옥수수는 재배량 적고 가격도 비싸
광우병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입이 시작된 GMO(유전자변형작물) 식품에 대해 반대 운동이 확산되면서 식품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달 1일 5만7000여t의 미국 산 GMO 옥수수가 울산항에 들어온 것을 계기로, GMO 식품이 일반 소비자들의 식탁에 본격 등장할 전망이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지난 2월 국내 전분당협회 소속 회원사들이 수입계약을 맺어 이번에 수입된 GMO 옥수수는 옥수수 자체로 유통되지 않고 전분·전분당으로 제조돼 주로 가공식품 회사들에 납품된다. 전분은 과자·빵 등에, 전분당은 과자·껌·아이스크림·음료수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재료. 시민단체들은 "GMO 옥수수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괴물식품"이라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GMO 논란
한 대형 제과업체의 임원은 "지난 2월 전분당협회가 GMO 옥수수 수입 계약을 체결한 후부터 시민단체의 불매운동 위협에 시달려왔다"며, "국내 전분당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협회 회원사들이 앞으로 GMO 옥수수 전분만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전분은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식품회사들은 GMO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전분·전분당 사용을 중지했거나 중지 계획을 발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A음료 업체의 경우,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과당(전분당의 일종)을 설탕으로 바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건강에 나쁜 설탕을 쓰지 말자고 해 과당으로 대체했었는데 다시 설탕을 쓰게 됐다"며, "과당 대신 설탕을 쓰면 '무가당(無加糖)'이라는 표현을 못 쓰게 되지만 당장 GMO 식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가 어려운 제품도 많다. '노 슈가(no sugar)'를 강조해 온 껌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옥수수 전분을 사용해온 과자, 빵 등도 옥수수 전분을 소맥 전분으로 대체할 경우 전분의 원가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전분·전분당을 쓰지 않는 게 현명한 해결책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전분당협회 회원사의 한 임원은 "GMO 옥수수 수입 발표 후 상당수 거래처들이 전분·전분당 사용을 꺼리는 바람에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며 "입증되지도 않은 GMO 논란 때문에 더 해로운 설탕을 많이 먹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라고 했다.
◆왜 GMO 옥수수 들여왔나… 먹어도 안전한가
전분당협회측은 "논(non) GMO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단적으로 세계적으로 곡물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생산국들이 옥수수 수출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미국조차 거의 대부분 GMO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GMO가 아닌 옥수수를 수입하려면 비용 부담이 커져 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선희 바이오식품팀장은 "논 GMO 옥수수는 미국 전체 재배량의 27%에 불과하다"며 "가격도 비싸고 논(non) GMO 제품만 유통하는 회사에 t 당 100달러의 관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 식품업체들은 매년 3000억원의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GMO 식품 자체의 안전성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지만, 안전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박선희 팀장은 "그동안 GMO에 대한 반대 입장이 우후죽순으로 퍼지게 된 게 문제"라면서, "지금까지 GMO 콩·옥수수 사용 논란이 됐던 간장, 두부 등에서는 GMO 성분이 검출된 게 하나도 없고 전분당도 원칙적으로 정제과정에서 DNA가 파괴돼 GMO가 검출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연구원 손동화 박사는 "안전성 논란이 되는 사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해보면 거의 모두 GMO와 무관한 것"이라며 "GMO 식품에 대해 일부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유전자재조합(변형) 생물체. 세균에서 해충을 죽이는 단백질 유전자를 분리해 옥수수에 삽입함으로써 해충에 저항성을 갖는 옥수수를 만드는 것처럼 유전자를 재조합해 새로운 특성의 생물체를 만든 것. 정부는 GMO나 이를 원료로 만든 식품을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분당(澱粉糖): 물엿·과당·포도당 등 전분을 원료로 만든 당류를 총칭.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원료로 사용된다.
광우병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입이 시작된 GMO(유전자변형작물) 식품에 대해 반대 운동이 확산되면서 식품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달 1일 5만7000여t의 미국 산 GMO 옥수수가 울산항에 들어온 것을 계기로, GMO 식품이 일반 소비자들의 식탁에 본격 등장할 전망이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되는 GMO 논란
한 대형 제과업체의 임원은 "지난 2월 전분당협회가 GMO 옥수수 수입 계약을 체결한 후부터 시민단체의 불매운동 위협에 시달려왔다"며, "국내 전분당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협회 회원사들이 앞으로 GMO 옥수수 전분만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전분은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식품회사들은 GMO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전분·전분당 사용을 중지했거나 중지 계획을 발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A음료 업체의 경우,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과당(전분당의 일종)을 설탕으로 바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건강에 나쁜 설탕을 쓰지 말자고 해 과당으로 대체했었는데 다시 설탕을 쓰게 됐다"며, "과당 대신 설탕을 쓰면 '무가당(無加糖)'이라는 표현을 못 쓰게 되지만 당장 GMO 식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가 어려운 제품도 많다. '노 슈가(no sugar)'를 강조해 온 껌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옥수수 전분을 사용해온 과자, 빵 등도 옥수수 전분을 소맥 전분으로 대체할 경우 전분의 원가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전분·전분당을 쓰지 않는 게 현명한 해결책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전분당협회 회원사의 한 임원은 "GMO 옥수수 수입 발표 후 상당수 거래처들이 전분·전분당 사용을 꺼리는 바람에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며 "입증되지도 않은 GMO 논란 때문에 더 해로운 설탕을 많이 먹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라고 했다.
◆왜 GMO 옥수수 들여왔나… 먹어도 안전한가
전분당협회측은 "논(non) GMO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단적으로 세계적으로 곡물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생산국들이 옥수수 수출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미국조차 거의 대부분 GMO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GMO가 아닌 옥수수를 수입하려면 비용 부담이 커져 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선희 바이오식품팀장은 "논 GMO 옥수수는 미국 전체 재배량의 27%에 불과하다"며 "가격도 비싸고 논(non) GMO 제품만 유통하는 회사에 t 당 100달러의 관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 식품업체들은 매년 3000억원의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GMO 식품 자체의 안전성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지만, 안전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박선희 팀장은 "그동안 GMO에 대한 반대 입장이 우후죽순으로 퍼지게 된 게 문제"라면서, "지금까지 GMO 콩·옥수수 사용 논란이 됐던 간장, 두부 등에서는 GMO 성분이 검출된 게 하나도 없고 전분당도 원칙적으로 정제과정에서 DNA가 파괴돼 GMO가 검출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연구원 손동화 박사는 "안전성 논란이 되는 사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해보면 거의 모두 GMO와 무관한 것"이라며 "GMO 식품에 대해 일부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유전자재조합(변형) 생물체. 세균에서 해충을 죽이는 단백질 유전자를 분리해 옥수수에 삽입함으로써 해충에 저항성을 갖는 옥수수를 만드는 것처럼 유전자를 재조합해 새로운 특성의 생물체를 만든 것. 정부는 GMO나 이를 원료로 만든 식품을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분당(澱粉糖): 물엿·과당·포도당 등 전분을 원료로 만든 당류를 총칭.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원료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