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알림이

아프면 그냥 죽자. <식코 Sicko>

샘쇼핑●전복마을 2008. 4. 10. 09:48

왜 이렇게 재밌는 한편의 '영화'에 폭소만으로 화답할 순 없는가?
왜 그 웃음의 와중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한숨을 참을 수 없는가?
왜 axis of evil 원숭이가 이끄는 세계 최강국의 terrible한 health insurance 제도의 실상에 just surprised되면서 내심 '쌤통이다~' 하는 맘이 가져지진 않는가? (나 영어좀 하지? 근데 영화를 보면 이제까지 쌔빠지게 공부한 영어보다 불어가 절실함을 깨닫게 된다.)
왜 찢어진 무릎을 집에서 직접 꼬매는 장면이, 잘린 두 손가락중 접합비용을 고려해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내 가까운 미래와 겹쳐지는건가?
국현이는 이걸 보고 갔다는데 명박이는 잠잠한건 당연히..대통령은 50개 생필품 챙기고 운전면허 따는 비용 낮추고 전봇대 뽑느라 더 바빠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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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최근에 마이클 무어를 도로 까뒤집는 다큐들을 봤을때.. 원숭이에 입바른소리 하는 미국의 몇 안되는 살아있는 양심(영화의 마지막에 경의를 표한 커트 보네거트를 포함)으로 추앙해왔던 마음과 그의 도덕성에 대한 깊디 깊었던 신뢰가 일순간 무너지매... 진정 어찌할 바 몰랐던거다.

그 되까는 다큐에서 주로 타겟이 되었던 <로저와 나>,<볼링 포 컬럼바인>에 엄지손가락,엄지발가락을 들어댔던것, <멍청한 백인들>,<이봐,내 나라를 돌려줘!>에 밤을 꼴딱 새며 파묻혔던, 그리고 그 고도비만 몸매가 섹시해 보일 만큼의 사랑까지도 느꼈던 내가 한순간 불쌍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다행인것은, <식코>는 지극히 '사실'에 관한 영화임을 알 수 있다는거였다. 교묘한 편집으로 상대(이제까진 주로 정치인이었지)를 더욱 비도덕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앞뒤 자른 인터뷰로 사실을 왜곡하진 않은 영화라는게, 그럴 필요는 없는 주제라는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른 고발보다는 그냥 불쌍한 사람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다독이는 마이클 무어의 차기작 선택이 다행스러웠다고 할까.





어느쪽의 말을 믿어야할지 혼란스러운 마음은 아직도 남아있지만 잠시 접어두고..
어쨌든 이렇게 팍스아메리카나의 대척점에서 끈질기게 한우물만 파는 유일한 감독인건 사실이니 그의 사회고발 영화가 계속되기를 맘으로 지지하련다.

마이클 무어의 전작들이 우리나라와 결코 무관하진 않았지만 아직은 내게서 한뼘쯤 떨어져있는 이야기였다면, <식코>는 그야말로 내 피부에 닿다 못해 살짝 파고들어 있어 섬뜩하다.
미국의 정치 대가리들에 화가 나고, 그걸 몰라보는 미국인들의 우매함이 한심하고, 미국 나비의 날개짓에 폭풍을 맞을게 두려워 몸을 사리는 우리도 똑같이 한심하고 불쌍했던 전작들에 비해, <식코>는 의료혜택을 못받는 미국인들이 그저 같은 인간으로써 안쓰러운 새.드.무.비.였던 것이다.

아 정말 한숨만 나온다.
의료보험 민영화라니. 국가가 무상 의료를 보장하면 빨갱이인가.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은 빨갱이 아닌가? 학교도,소방서도,경찰서도 모두 다 민영화해서 철저한 경쟁속에 피어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그래.
(월드컵때 붉은악마가 나오니 지긋하신 어른들 하시는 말씀이. 왜 하필 빨간색이냐는거지. 이 그지같은 레드컴플렉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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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down하고. 영화로만 볼까.
정말 재밌다.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밌게 풀이하고 짜깁기 하는 마이클 무어의 유머감각은 정말 세계 최고다.
보험가입 요건에서 제외되는 수백가지 병명을 스타워즈 오프닝에 맞춰 쭉 쏴올리는것부터 수도 없이 많은 장면으로 실신할듯 웃기고, 911 테러리스트들이 무.료.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향해 출발한 미국인들(그것도 911 자원봉사자 출신들)이 쿠바에서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는 정말 최고로 아이러닉한 장면, 각종 영화속 장면들과 도대체 저런건 어디서 구했냐 싶은 온갖 동구권 프라파간다 필름들이 기가막히게 패러디 돼 적재적소에 쏙쏙 삽입돼 있고, 뒤통수 치는 장면 전환과 그저 웃을수만 없는 인터뷰들에 골이 흔들릴 지경이다.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이론을 아주 제대로 적용한.. 그야말로 편집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이렇게, 그들의 현실과 우리의 가까운미래를 걱정하며 울다 웃다를 반복하면서 똥꼬에 털이 수북해지더라도.. 중요한건 그 웃음과 울음이 그때그때 진심이라는거다. 정말로 무서워져서 나는 결심했다. 45살에 이민가기로.
불어를 배울 참이다;;;


씨네큐브에서 화씨911보던때, 근처에 앉았던 초등학생 아들을 대동한 아저씨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그 아들을 데리고 왔을까. 과연 뭐라 설명해줄 수 있었을까? "아들아, 우리나라도 곧 저렇게 될 예정이란다. 우리 매일매일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고 아름다운 한강변을 뛰자꾸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씁쓸한 입맛을 마비시킬 정도의 찐한 커피가 몹시도 땡겼지만 난 씨앗우유를 집었다. 나같은 빈곤층은 무조건 건강해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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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세력인 안티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언급은, 글쎄 꼭 있었어야했을까. 안티사이트 운영자의 부인이 역시 이 의료보험 제도에 얽혀 어려움을 겪었으니 언급하기 적당한 타이밍이었겠지만, 안티 마이클 무어 세력을 신경써야할 만큼 구린 구석이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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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무어가 경의를 표하고 있는 커트 보네것은 반전소설(묘한 방법으로 반전심(?)을 심어주는 기가막힌 소설)<제 5 도살장>으로 유명한 블랙유머의 대가인데, 티비 토크쇼에서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며 "우리가 뽑은 대통령에 대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라 할 정도로 제정신 박힌 노인네이다. 작년에 타계한 이 커트 할배를 기리면서 이 영화를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