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마을]眞品名品 어란

어란의 유래

샘쇼핑●전복마을 2006. 12. 27. 20:37

생선의 알을 알주머니째 따로 빼내어 소금에 절여 햇볕에 반쯤 말린 식품.
숭어, 연어, 민어 등 고급 어종의 알을 쓴다.

산지에서 직접 가공되므로 이들 어종이 많이 잡히는 서해안에 어란 산지가 몰려 있다.

길이 15~20cm, 너비 3~4cm, 두께 0.7~1cm로 알주머니

2편이 1쌍으로 되어 있는데 기름기가 돌면서 다갈색으로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따로 조리하지 않고 그대로 상에 올리는데 얇게 어슷썰어 원래의 모양대로 담는다.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이용되는 별미식품으로 알탕이나 구이로도 조리한다. 

*참숭어 알로 빚어내는 영암어란

숭어는 영험하고 신비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숭어가 보통 물고기와는 별다르다는 뜻으로, 용왕이 숭어로 변신하여 바다를 구경하던 중, 어느 착한 어부의 낚시에 걸렸다가 살아났다는 동화가 전해 오기도 하고, 쓰이는 자리에 따라 이름이 바뀌어 지기도 한다.
활어로 술안주를 할 때는 숭어(崇漁)라 하고, 제사 등에서 제물로 사용할 때는 수어(首魚)라 부른다.
숭어의 그런 영험함이 고스란히 간직된 결정체가 바로 숭어알이다.

숭어는 일반적으로 수놈 4∼5마리로 일처다부제다. 그래서 성숙된 암숭어의 난소는 대단히 커서 체중의 5분의 1이나 되고, 하나의 난소에 무려 290만∼720만개의 알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예로부터 수산가공식품으로 개발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고귀한 식품으로 이용되어 왔던 것이다.

*신비하고 영험한 물고기 '숭어'

숭어알은 고대 이집트와 희랍에서부터 고귀한 식품으로 이용되어 왔다고 일본의 '어신사록(漁新士錄)'에 기록되어 있고, 중국에서는 9세기부터 가공되어 '우고이단'이라 하여 왕조에서 미녀를 홀리는 술안주로 널리 애용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역대 왕실에 진상했고, 일본에서는 역대 도쿠가와에게 진상되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특수한 식품으로 인정받아 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어느 식품 못지 않은 강장제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어란은 '영암 어란'을 으뜸으로 쳐준다.

기름진 뻘을 먹고 알이 통통하게 밴 참숭어가 알을 낳으러 올라오는 영산강이 바로 영암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영산강 상류의 몽탄 숭어알을 제일로 알아주었는데, 몽탄 숭어는 차진 감탕과 미생물을 흠뻑먹고 살이 쪄 그 알이 크고 달기 때문이다.

'영암 어란'은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정해져 그 명성과 진가가 더욱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보고(寶庫)가 영산강 하구둑 공사로 인해 농토로 변해버려 '영산강 숭어'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고, 지금은 해남, 강진, 진도 등지에서 알밴 숭어를 구해 오는데, 그 양이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숭어 맛은 철 따라 다르다. 봄, 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숭어는 심심하며, 가을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고 한다.

'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먹어도 달다'는 속담처럼 남부 지방에서는 '정월과 이월의 숭어 맛'을 제일로 쳐준다.

*5월초순에 알밴 참숭어가 제일 좋아

숭어는 제철이 지나면 육질에 수분이 많아지고 특히 육질에서 흙 냄새, 또는 석유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서 일부 사람들이 숭어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여름숭어는 개도 안먹는다' 는 말이 있는 것인지....
어란을 만드는 숭어알은 5월초에 알이 땡땡하게 부풀은 담황색을 띈 참숭어가 가장 좋다. 일년내내 먹을 어란도 모두 이 때 잡은 참숭어에서 뽑아 낸 것이다. 숭어알을 끄집어 낼 때는 알집이 터지지 않고 알끈이 떨어지지 않도록 꼬리부분부터 꺼내고, 몸체에 딸린 인대를 조심스레 잡아 당겨 채취한다.

채취한 어란은 3%의 소금물에 5∼6시간 담가둔다,

알에 붙은 핏물을 빼기 위해서다. 이물(異物)질이 제거된 알은 조선간장을 희석한 액에 24시간 정도 담가 빛깔과 맛을 내는데, 알의 크기와 빛깔내기에 따라 담그는 시간과 간장의 희석 정도가 달라진다.
염장된 어란은 비스듬히 세운 건조판에 올려놓고 액(간장)을 뺀 다음, 그 위에 다시 목판을 얹어 적당한 무게의 돌로 10분간씩 눌렀다가 손질하기를 수십 번, 그것도 3일간을 계속하여 납작하게 형을 고정시킨다.

이 과정에서 잘못하면 터지거나 깨지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형이 만들어진 염지 숭어알은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건조시키는데, 하루에 두 번씩 뒤집어 가며 참기름을 바르면, 기름기가 배어 나면서 다갈색으로 윤기가 흐르고, 20일 정도가 지나면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어란은 뜨거운 물에 2분 정도 담그는데, 이는 알집에 붙은 효소의 산패를 막고, 외피 담백질을 고정시켜 곰팡이가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장맛과 손끝에서 나오는 맛

"장맛이 좋아야제, 집에 담그는 콩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담그는 시간으로 간을 맞추어야 하고, 간을 하고 말릴 때는 말랑말랑한 알이 단단하게 되기까지는 수백 번도 더 손질을 해야 하는디, 어란의 참맛은 정성과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제"
영암읍에서 유일하게 '영암어란' 제조의 맥을 잇고 있는 김광자(70, 영암읍 서남리) 여사는 어란의 참맛은 알찬 참숭어를 잘 골라야 하지만 염장하는 장맛에다 손끝에서 나오는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야 제 맛을 낸다고 한다.
"늙은 사람이나 하제, 젊은 사람은 성질 급해서 못허요, 아무래도 손이 더가야 모양이 곱게되고, 맛은 같아도 이쁘게 생긴 놈이 먼저 팔리게 마련인께" 그래서 시간만 있으면 어란에 손길이 자꾸 간다고 한다.

김 여사가 어란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50여 년 전, 광주에서 영암으로 시집온 21살 때였다.

비린내를 맡으면서 시어머니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지금까지 어란을 만지게 되었다.

완제품 어란 1편(한쌍)은 보통 15만원 선이고, 소, 중, 대로 나누어 보면 최하 7만원에서 고급은 30만원 짜리까지 있지만 이문을 따지자면 타산이 맞아떨어지는 장사는 아니다.
그래도 고집스레 이 일을 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슬기가 담긴 '어란'의 맥을 누군가는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이 일을 혼자 외롭게 해왔지만, 최근에는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많아 반갑다는 김 여사. 그전에는 며느리와 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는 서로 맥을 잇겠다고 하니 그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한다.

*먹는 방법도 독특한 '어란'

반투명의 짙은 갈색의 맛갈스러운 빛깔을 내는 영암어란.
영암어란은 어란을 만드는데 들인 정성만큼이나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먹는데도 까다롭다.

가능하면 얇게 썰어야 하고, 썰 때도 칼을 불에 달구어 기름이 약간 녹아나도록 해야 맛이 좋아진다고한다.

"잘 드는 칼로 1.5∼2mm 두께로 얇게 썰어 앞 잇발 사이에 끼우고 조근조근 깨물면 입안 가득히 향이 퍼지며 구수하니 단맛이 나제" 김광자 여사가 말하는 영암어란의 깊은 맛을 제대로 음미하며 먹는 방법이다.
영암어란은 옛날, 석작에 넣어 명주보자기에 싸서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귀한 식품이다.

요즈음에는 선물용으로 나가거나, '영암 어란'의 맛과 멋을 아는 사람만이 간혹 찾아올 뿐, 영산강의 숭어처럼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식품 '어란', 그러나 그 속에 면면히 이어 내려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만은 영원히 간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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